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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노사관계

공무원은 왜 불평등(일방적 임금결정 방식)을 감수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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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공무원임금은 공무원에게 불평등을 감수하게 하는가?

공무원노사관계의 존재 이유이자, 공무원노동조합 주체성의 완결은 바로 '임금교섭'이다. 공무원노동운동에서 임금교섭에 대한 열망은 공무원직장협의회(1999년), 공무원노조법(2006년)의 형성, 그리고 최초 공무원 단체교섭(2007년)으로 이어졌지만, '비교섭사항'으로 직접적인 논의 대상이 될 순 없었다. 즉 임금교섭은 금지사항이다.

 

그렇게 20년이 지난 후 결과는 참담하다. '최저임금 알바생보다 못하는 9급 공무원', '퇴직공무원 4명 중 1명은 MZ세대 청년 공무원', '공무원연금 문제도 결국 임금수준 문제' 등 무너져 가는 공무원사회와 교육 현장의 이탈이 심각하다. 현장은 "더이상 이대로는 안된다"는 인식적 공포가 스며들고, 상대적 박탈감을 넘어 실체적 빈곤으로서 체감되고 있다. 모든 공무원노동조합들은 이제 "실질임금상승"이 생존권 문제로 직결되어 21세기 단일 최대 의제로서 점차 모여들고 있다.

 

그만큼 한국 공무원노사관계 영역에서 "임금논의"는 껄끄러운 문제였다. 임금교섭 없는 단체교섭이 공무원노사관계의 특징점으로 비춰 질 정도였다(현재에도 유효하다). 단순히 공무원 신분이기 때문에 임금교섭이 자유로운 민간과 다르기 때문이라고 애써 포장해 왔다. 공무원노동조합 스스로도 공무원노동운동 흐름에서 '공무원의 주체성'과 '노동자의 정체성'을 놓고 임금문제를 어떤 정체성과 주체성으로 어떻게 다뤄야 할지 분명히 내세우기 어려워했다. 때문에 지난 20여 년 동안 이렇다 할 큰 임금투쟁이 없이 정부가 정하는 방침에 대한 단발적 투쟁으로 버텨왔다. 이렇게 '공무원임금'에는 우리들이 모르는 거대한 유령이 늘 존재하여 무의식적으로 암암리에 작용해 왔다.

 

그 거대한 유령은 "공무원임금 결정구조"로 표현될 수 있다.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기재부의 유령'이라고 불릴 수 있는 이것은 국가재정법(제29조)에 기초해 있는 재정안정성의 논리에 의해 구조화되어 있다. 이들을 특징짓는 수사는 주로 "폐쇄적", "관료적", "정치적", "임의적", "관행적", "보수적" 등으로 기재부는 재정안정성의 수사들로 공무원임금을 일방적으로 결정해왔다. 이 결정 그 자체로 공무원에게 불평등을 감수하라는 논리다. 지난 20년 동안 그래왔고 그 20년 이전부터 관행화되어 온 너무나 당연한 기재부의 특권이다. 학계도 공무원 임금수준이 결정되는 절차나 과정에 관한 연구, 임금결정 과정과 공무원 임금수준과 관련된 시스템과 수반된 사회제도적 변화에 관한 심도 있는 분석은 거의 없다. 그만큼 당연시됐던 반증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해외 선진국의 다양한 공무원 임금결정구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국 공무원의 임금결정방식의 핵심적인 문제가 여실히 드러난다.

프랑스의 경우 공무원 임금결정기준은 "구매력 유지와 최저생활급 보장"이 핵심기준으로 간주되어 '구매력보장수당', 4년 평균 보수 인상 수준이 물가상승률에 미치지 못하는 공무원에게 차액을 지급, 노동자 최저임금과 동등한 수준에서 최저봉급지수 반영 등이 존재한다. 이와 같은 기준에 의거 공무원 임금결정은 노사교섭으로 법제화하여 시행하고 정부의 이행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신사협정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공무원 임금결정기준은 미국 노동통계청에서 공식 발표되는 민간고용비용지수의 0.5%를 법률로 명시(일괄임금인상률)하고 지역별 지역급여인상률을 합산한 것이 기준점이 된다. 일괄임금인상률은 민간노동자의 급여변화와 연동되어 있고, 지역급여인상률은 지역별 민간 대비 보수격차 해소를 위해 10년 간 점진적 축소하는 방식으로 적용되고 있다. 이와 같은 기준에서 공무원 임금결정은 연방보수위원회 → 급여대리인(기구) → 대통령의 행정명령 순으로 결정되며, 실질적으로 대통령이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되고 있다.

 

일본의 경우 내각 관할에 설치된 인사원에 의한 임금결정기준에 의해 정해지며, 인사원에서 최종 결정된 권고안이 의회를 통해 대부분 수정없이 존중(채택)되어 결정되는 구조이다. 일본 국가공무원법(제64조제2항)은 임금결정기준으로 생계비, 민간임금 등을 명시하고 있으며, 매년 민관급여 비교를 통해 그 격차를 인사원에서 반드시 반영하여 권고하고 있다. 따라서 인사원의 임금권고에 따라 각 기관(부처)들은 그 권고범위에서 노사 간 임금교섭을 통해 자율적으로 결정한다.

 

영국의 경우 공무원 임금결정기준은 임금평가기구(Pay Review Bodies, PRBs)에 의해 결정되는 추세로 독립적인 전문가그룹이 객관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임금수준을 결정하고 있다. PRBs는 물가상승률, 지역적 노동시장 특성을 고려하여 직종별(공무원·군인·국가의료서비스종사자·교사·교도관·경찰 등) 임금기준을 조사·청취하여 실현가능한 선에서 임금권고안을 작성한다. 이 권고안은 일반적으로 의회에서 승인되고 수용된다.

 

 

이상과 같이 공무원 임금결정구조에 관한 해외 사례의 의의는 프랑스: 최저임금과 동등한 수준에서의 최저봉급지수를 반영한 단체 교섭 미국: 일방적인 대통령의 임금결정 권한일지라도 정부의 절차적 정당성을 충분히 확보 일본: 중앙정부인 인사원의 권위 있는 임금결정 영국: 독립적인 외부 임금평가기구에 의한 권위 있는 임금결정을 각 특징점으로 찾아 살펴볼 수 있다.

 

한국의 경우 표준생계비, 물가수준, 민간임금수준 등을 고려하여 현재의 공무원보수위원회에서 임금 권고안을 작성하여 정부 및 국회 승인을 얻는 표면적인 구조를 띠고 있다. 실상은 어떠한가? 허울뿐인 공무원보수위원회의 권고와 기획재정부의 일방적 결정에 임금결정기준이라는 원칙도, 임금결정과정의 절차적 존중성도 없다. 위 표에서 명시할 수 없는 기재부의 관료주의적 의사결정방식이 바로 공무원임금의 거대한 유령인 것이다. 한국 공무원의 임금결정 방식은 (1) 임금결정기준의 명목은 존재하나 객관적인 근거가 존재하지 않아 "폐쇄적"이고, (2) 임금결정방법에 공무원보수위원회가 존재하나 단 한번도 반영된 적이 없기 때문에 "하향적(관료적)"이며, (3) 임금결정과정은 기획재정부의 임금결정에 대한 행정적 절차로 "일방적"이다. 기재부의 임금결정 그 자체는 '정치적 상황성(정치적·임의적·사후적)'에 따라 좌지우지된다.

즉, 한국 공무원 임금결정 구조는 너무나 정치적이기 때문에 불공정하여, 불평등한 임금결정을 해왔다. 수십년동안.

 

지금이라도 바꾸어 보고자 한국노총은 공무원임금현실화 공동투쟁위원회(`24.2.21) 발족하여 대대적인 정책·입법·조직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핵심은 공무원보수위원회법 제정이다. 공무원보수위원회법 제정은 "공무원임금 현실화의 모든 것"으로서 해외사례를 통해 살펴보았던 물가연동제, 청년 공무원 기본급 최저임금 보장, 실질임금인상률 확보와 장기적으로 공무원사회 지속성과 생애주기에 조응하는 임금체계 마련까지 이 모든 것의 기초적 토대로 작용할 국가 차원의 권위 있는 임금기구를 형성하는 일이다.

더이상 공무원임금으로 인해 130만 모든 공무원들이 불평등을 감수받지 않도록 모든 공무원노조들이 함께 닻을 올려야 할 시기가 임박했다.

 

[필자, 한국노총 기관지(2024) 3월호에서도 확인할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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