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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노사관계

공무원연금 소득 공백 해소, 현장의 요구는 '정년연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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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공무원연금 4차 개혁(개악)은 결과론적으로 공무원사회로 하여금 '더 내고, 덜 받고, 더 오래내고, 늦게 받는' 희생을 종용당한 채 미완으로 마무리됐다. 공무원연금법 개정(공무원연금법 부칙 제11조)과 맞바꾼 핵심 후속 조치였던 '공무원인사정책기구'의 구성과 논의는 지금껏 진행되지 않았고 이와 발맞춘 '공무원 정년과 연금개시연령 차이로 인한 소득공백' 문제의 해결 역시 아직도 논의된 적 없다.
 
 
2024년 공무원연금 크레바스(crevasse) 발생 3년 차가 말해주는 것들
 
공무원연금 크레바스는 지금으로부터 약 17년 전 이미 예견된 문제였다. 1960년 공무원연금제도가 도입될 당시 평균 수명은 55세 전후로 보통 60세를 기점으로 공무원연금을 지급했다. 세월이 지나 한국사회 평균 수명의 상승(현재 기대수명은 2090년 91세로 인구고령화가 진행 중, 초고령사회의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음.)은 공무원 정년과 공무원 개인의 생애주기 불일치 문제를 발생시켰고, 이를 대비하고자 1996년 공무원연금 1차 개혁 때 연금수급개시연령제도가 도입되어 공무원연금 수급개시연령이 "60세"로 명문화된다. 2008년 공무원연금 3차 개혁에는 "2010년 이후 임용자부터" 65세로, 2015년 공무원연금 4차 개혁에는 "1996년 이후 임용자에게도" 65세로, 각각 공무원연금 수급개시연령이 정해지게 된다.
 

 
<표 1>과 같이 공무원연금법 부칙 제11조가 만들어지기까지, 총 4차에 걸친 공무원연금 개혁을 주도한 정부의 일관된 기조는 연금적자에 대한 재정안정화 정책인 공무원연금 축소("더 내고, 늦게 주고, 덜 주는")였다. 공무원 개인의 기여금 분담률은 5.5% → 9%(국민연금 2배)까지 4차에 걸쳐 단계적으로 인상하고, 연금수급개시연령을 단계적으로 높여(57세 60세 61~65세) 나갔다.
 
연금수급개시연령제도 도입은 공무원사회에 당시 만연했던 개별(계급)정년을 "정년 평등화"로의 의제로 이끄는 도화선으로 작용했다.  2008년 이전 공무원 정년은 '개별(계급)정년'의 개념이었다. 경찰과 군인처럼 일반 공무원도 직급별 정년이 달랐다. 6급 이하 공무원은 정년 57세(5급 이상은 60세)에다 3년 이내 개별 연장제가 운용되었다. 1998년 개별 정년 연장제가 폐지되고 2008년에 이르러 6급 이하 공무원 정년이 60세로 상향조절되었다. 2013년 이후로는 모든 일반직 공무원 정년이 60세로 동일해지게 된다.  이때 정부는 2008년 모든 일반직 공무원 정년을 60세로 공식화하면서 동시에 공무원연금 3차 개혁을 통해 연금수급개시연령을 65세로의 상향을 단행했다. 
 
공무원사회에 이같은 일련의 제도적 변화 경험은 정년과 연금수급개시연령에 대한 상관관계를 형성하여 "연금지급개시연령과 정년의 일치"에 대한 근거로 작용했고, 공무원현장에서는 "연금지급개시연령 상향 이후의 정년연장에 대한 논의가 차기 개혁과제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타나게 된다. 2015년 공무원연금 4차 개혁 시기에 "공무원 정년(60세)은 고정된 채, 연금수급개시연령의 단계적 연장(61~65세)에 따른 크레바스는 정확히 2022년 60세 퇴직 공무원으로부터 발생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은 당시 합의를 주도한 이해당사자 전원 모두 알고 있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를 위시한 연금재정안정론자들은 "2022년 처음 1,700명 발생하기 시작하여 고작 2031년 가야 19,000명으로 증가"하는 정도의 연금 적자 문제에 거시적 관점에서 매우 미미한 수준이기 때문에 애초에 관심 영역도 아니었다.
 
이 문제를 2015년 구성된 사회적 대화체인 "국민대타협기구"에서 단계적 연금지급개시에 따른 공무원연금 소득공백 해소 명문화를 주도한 세력은 그 누구도 아닌 공무원노조였음을 부인할 수 없다. 합의문에 명시를 관철시켰으나 그로부터 8년이 지난 2022년 결국 크레바스는 발생했고, 지금 크레바스 발생 3년에 접어들게 된 것이다. 여전히 정부는 개선의 여지가 없다. 사실상 연금재정안정론자들을 위시한 정부(정책 당국)의 방치이다.
 
 
공무원연금 소득공백이 불러온 '정년연장'에 대한 공무원사회의 열망

 
2022년 약 1,700명을 시작으로 현재 약 6,000여 명의 퇴직 공무원들이 연금 크레바스 상황에 직면해 있다(<표 2>). 이런 와중에 2024년 3월 국회는 연금개혁특별위원회 공론화위원회를 가동하여 시민대표단 500여 명(최종 492명)을 대상으로 공적연금(특히 국민연금)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4.21)한다. 이 설문은 공적연금에 대한 부가조사(기초연금 및 직역연금)도 동시에 실시했는데, 직역연금 문항 중 "이해당사자 논의 기구 구성"에 대한 시민대표단의 동의율이 68.3%로 조사된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국민연금에 대한 이해당사자로서 국민을 대표하는 시민대표단이기에 직역연금 역시 직역연금에 대한 이해당사자의 논의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시민대표단 다수의 입장을 확인한 셈이다.
 
한국노총 공무원노동조합연맹도 비슷한 시기인 지난 3월부터 4월까지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공무원연금 소득공백 해소 설문조사'를 실시하여 최종 12,964명의 응답결과를 확보했다. 공무원연금 소득공백에 대한 △기본인식 △팩트체크 인식 △해소 방안을 묻는 설문조사에서 매우 흥미로운 분석이 나왔다.
 
응답자 과반수가 넘는 다수는 공무원연금 "소득공백" 그 자체를 인지하고 있지만, 어떻게 인지하고 있는지는 연령별, 소속기관별로 조금씩 상이했다. 여기서 전체 응답자의 45.1%(5,729명)를 차지한 연령대 20대 응답자들의 인식 추이를 살펴보는 것은 매우 의미 있겠다. 아래 <표 3>에서 연령대 20대는 공무원연금 소득공백 해소의 해법으로 '정년연장'을 압도적으로(대다수, 20대 응답자 87.2%) 선택한 것을 알 수 있다.

 
연령대 50대는 비교군으로서 공무원연금 소득공백에 대해 누구보다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집단으로 이들과 비교해보면 더욱 흥미롭다. 연령대 50대에서 공무원연금 소득공백은 그 자체로 직면한 현실적 문제이기 때문이다. 통상 공무원노사관계에서 공무원연금 소득공백과 정년연장의 문제들은 근속이 오래된 퇴직을 앞둔 이들의 핵심 문제로 인식해왔다. 또한 한국사회에서 정년연장 문제는 늘 청년 취업 문제와 결부되어 오랫동안 "TO"의 문제처럼 세대 간 갈등을 조장하는 민감한 이슈이기도 하다.
 
반면 연령대 20대가 보이는 공무원연금 소득공백에 대한 기본 인식은 '비교적 낮은 인식적 경향성(조금알고있다+전혀모른다, 91.4%)'을 드러냄에도 불구하고 그 해소방안으로 '2015년 정부의 약속 이행'과 '정년연장'을 선택했다. 공무원 정년과 연금지급시기가 불일치하다는 문제를 '공무원 근무기간연장'을 통해서 맞춰나가야 한다는 저변을 확인한 것이다. 사회통념상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둔 한국사회에서 노동자 생애주기에 조응하는 일할 권리의 확대, 이러한 의미에서 '공무원연금 소득공백'은 하나의 문제로서 정년연장의 필요성으로 대두된 것이다. 이 지점에서 공무원 세대 간 해소방향의 합치가 이뤄졌다.
 
즉, 공무원 정년과 연금지급개시연령 차이로 나타난 소득공백 발생이라는 하나의 문제적 현상에 대해서 50대 공무원들은 '소득공백' 직접적인 해결에 초점을 맞춰 정년연장을, 20대 공무원들은 '공무원 정년'에 초점을 맞춰 정년연장을 각각 선택한 것이다. 나아가 이것은 공무원연금에 대한 "덜 받는(소득대체)" 문제 인식의 합치가 이뤄졌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현 퇴직 공무원들의 생계에 직접적인 피해를 주는 제도적 괴리 문제는 20대 공무원들에게 65세 정년연장에 따른 소득대체 보장성 강화 필요성으로 나타났고 이는 현 공무원연금 자체의 구조적 문제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처럼 20대 공무원들이 공무원연금 소득공백 해소 방안으로 '정년연장'을 선택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21년 한국노총은 공무원연금 소득공백에 대해 현실적인 고용 연장 방안으로 '소득공백시기 퇴직공무원에 대한 재고용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당시 공무원연금 소득공백 해소를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21.9.9)하여 고용연장을 통한 공무원연금 소득공백 해소 방안으로 임기제 공무원 제도개선을 통한 재고용 정책을 제시했다. 정년연장 방안 역시 검토되었으나 앞서 말한 사회적 이슈들로 인한 문제로 인해 사회적 합의를 통한 법개정까지 이루기 쉽지 않은 조건에서 현행법에서 실현가능한 방안으로 적극 검토했었던 맥락이 있다. 그만큼 공무원연금 소득공백 문제는 연금재정안정론자들의 관점에서 바라볼 미미한 수준의 문제가 아니라 공무원사회에 엄연히 당면한 퇴직을 앞둔 공무원들의 현실적인 문제라는 점을 강조했던 것이다.
 
그래서 앞선 <표 1>의 연금손실 예상액 추정치는 현재 정책당국이 제도적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퇴직공무원에 대한 피해액으로 생각해야 한다. 직업공무원제도를 채택한 대한민국 공무원의 희생과 예우에 대한 암울한 실상이다. 연금재정안정론자들이 보기에 이 피해액은 연금적자문제를 메꿀 수도 없는 미미한 금액일 수 있지만, 이 미미한 금액이 '정년연장'에 대한 공무원 세대 통합 요구를 지금 일궈내고 있다. 이 손실액이 누적될수록 '정년연장'은 전체 공무원사회의 거대한 물결로서 점차 커져 나갈 것이다. 
 
해소 방안으로서 '정년연장'에 대한 현장 요구는 세대를 불문하는 단일한 요구로 이번 조사에서 확인된 점은 의미 깊다. 최소한 정부는 공무원연금 소득공백 해소를 위한 협의기구를 조속히 구성하여 정년연장을 통한 해결안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공무원연금 소득공백 해소방안에 대한 공무원노조들의 투트랙 접근 필요성이 확인된다. 하나는 소득공백 그 자체의 문제에 대한 "당면 해결책"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다른 하나는 정년연장에 대한 공무원노조의 구체적 요구안을 진지하게 준비할 시기가 임박했다는 점이다. 과거 2000년대 공무원사회의 '개별(계급)정년'이 존재할 때 공무원 정년평등화를 관철했던 그 투쟁의 감각을 다시금 일깨워 공무원연금 소득공백 문제를 다시 바라볼 때이다.
 
<이 글은 한국노총 기관지(2024년 6월호)에도 기재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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