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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노사관계

제복 공무원 장시간 노동 업무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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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복 공무원 노동환경

제복 공무원은 현업직으로 일상세계(현장)에서 제복을 입고 업무를 하는 공무원을 뜻한다.

사회통념상 소방·경찰·우정집배 등 제복 공무원들은 우리 일상의 안전과 치안을 유지하고 소통을 활성화 시켜주는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자임하며, 슈퍼 히어로처럼 늘 어린이의 우상이 되는 존재다. 시민들에게 일상세계에서 "공무원"이란 존재를 각인시켜주는 직군인 제복 공무원들. 그래서 이들에 대해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너무나 쉽게 대하여 왔다.

 

제복 공무원들의 노동환경은 어떨까? 

현업직 공무원 1인당 연 평균 노동시간은 과거 인사혁신처의 보도자료(`18.1.16)에 따르면 2,738시간으로 비현업직(일반직) 공무원의 2,271시간보다 467시간 더 일했다. 월 평균으로 환산하면 현업직 70.4시간, 비현업직 31.5시간에 이른다. 당시 OECD 평균(1,763시간)에 비해 약 1,000시간(비현업직 약 500시간) 더 일한 것이다. 소방공무원 1인당 담당 인구수는 평균 807명(소방청 통계연보 2022), 경찰공무원 1인당 담당 인구수는 평균 411명(경찰청 통계연보 2022)이며, 집배공무원의 경우 '집배(택배 포함)업무량 산출식'에 근거하여 집배원 1인당 부하량을 책정하고 초단위까지 업무시간을 계산한다. 정확히 산출하기는 어려우나 평균 택배 100여 개 내외, 우편 500~1,000통 내외로 하루 물량을 소화한다.

이렇듯 제복 공무원들은 한국사회의 과로 및 장시간 노동이라는 사회 문제의 핵심직군이라는 그늘진 이면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지난 9월 제복 공무원 노동시간 실태 파악 및 개선방안 국회 토론회에서 발표된 연구보고서(`23.9.4.)에 따르면, 현업 공무원들은 기본적으로 장시간 노동 관행이 여전히 만연한 것으로 드러났다. 직종별 일주일 평균 노동시간은 경찰직 55.3시간, 소방직 56.7시간으로 민간 주52시간에 비해 2.4시간 초과하고 있었으며, 주52시간을 초과하는 응답자 비율이 경찰직 56.8%, 소방직 61.2%, 우정직 26.7%로 매우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다. 덧붙여 제복 공무원 업무 특성으로 나타나는 '업무집중시기(토·일 근무, 특별경계근무, 특별소통기간 등)'의 노동시간 주 평균 70시간을 초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소방·경찰직 중 교대제[소방 3조1교대, 경찰 4조(3조)2교대]를 운영하는 외근직일 경우 문제는 더 심각했다. 교대제의 운영 상 야간근무는 필수적이다. 소방직 8.9회, 경찰직 7.9회로 월평균 7회는 무조건 야간근무를 하지만 야간근무 시 부여받는 휴게시간은 적정하지 않았다. 휴무일 근무가 월평균 1.9일로 조사되어 교대제로 인한 정신적·육체적 스트레스 해소와 휴식을 위한 휴일과 비번 준수도 힘든 여건임을 확인했다. 사실상 소방·경찰의 교대제로 인한 휴식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고 있다.

 

현업 공무원의 초과·야간·휴무일근무와 연차휴가 미사용 이유

 

제복 공무원의 장시간 노동의 원인이 무엇일까? 이번 조사에서 압도적으로 '인력부족'을 1순위, '업무량 과다', '낮은 임금'의 응답이 각각 2순위, 3순위로 중요한 요인으로 조사됐다. 각 요인은 상관관계로 "인력 부족 ↔업무량 과다 ↔낮은임금"들이 악순환하며 장시간 노동을 지속시키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래서일까? 제복 공무원 모두는 정신질환의 고위험 직군에 속한다. 높은 직무 스트레스, 우울증,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등의 위험에 너무 쉽게 노출된다. 소방공무원은 특히 PTSD 발병률이 전체 직장 가입자 대비 약 6~8배나 높다. 경찰공무원은 감정노동 1순위 직군으로 자체 '마음동행센터'를 광역시도별 운영할 만큼 정신적 스트레스가 매우 높다. 집배 공무원 역시 천재지변이 일어나도 할당된 하루 물량을 모두 처리해야 하는 정신적·신체적 압박감이 매우 심하다.

제복 공무원은 또한 업무사(순직) 및 과로사의 위험이 가장 높은 직업군에 속한다. 매년 많게는 40~50명의 순직자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으며, 공무상 재해로 인한 공상자는 평균 2,000여 명으로 추정된다.

 

제복 공무원 노동환경 개선방안

제복 공무원의 직무 특성으로 인한 건강권 보호를 위해서라도 장시간 노동에 대한 적정한 통제는 필수 불가결하다. 그러나 관련 법령에는 명시조차 없다. 「공무원복무규정」에는 주당 40시간 근무 및 토요일 휴무만 규정함으로서 상한선 없는 장시간 노동(초과노동)을 방치하고 있고, 「공무원수당 등에 관한 규정」에는 시간외 근무에 대해 1일 4시간, 1개월 57시간을 초과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보니, 장시간 노동에 대한 무급(공짜)노동이 발생되거나, 그 단가가 민간 대비 매우 낮기 때문에 "싼 맛에 이일 저일 부려먹는다"는 속언이 있을 정도다. 이것은 법령적 경로 자체가 장시간 노동을 부추기는 뿌리 깊은 관행의 명문화로 사실상 정부 부처인 소방청·경찰청·우정사업본부가 방치하고 주무부처인 인사혁신처·행정안전부가 방관하여 개선의 의지조차 없다.

 

최근 제복 공무원 일선 현장에서는 현장대응력(치안력, 소방력, 집배력 모두 포괄)이 해가 갈수록 떨어지고, 악성 민원인의 갑질 문제는 해가 갈수록 높아지는 상황을 매우 우려하고 있었다. 제복 공무원의 장시간 노동인 초과근무에 대한 국민적 인식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소방·경찰·집배 공무원 모두 일과 가정이 양립되는 조직문화의 정착을 희망하고 있다. 

 

국민들이 존경과 존중을 표하고 있는 제복 공무원에 대해 사용자인 정부는 더 이상 무책임한 희생만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마땅히 받아야 할 경의를 실질적으로 어떻게 실행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지난 2022년 한국노총 공무원연맹은 공상추정법 도입을 위한 「공무원재해보상법」을 개정(`22.6.11.)을 주도하여 현재 시행(`23.6.11~) 중에 있다. 공상추정법은 공무상 재해의 입증책임에 대한 심의를 간소화하여 원인이 명백한 경우 신속히 보상이 시행될 수 있게 마련된 제도이다. 정부가 나서서 제도화할 일을 공무원노조가 나서서 제안하는 상황이 안타까울 뿐이다.

 

제복 공무원 노동환경의 정책적 시사점 역시 마찬가지다. 민간노동자의 경우 법률에서 남녀고용평등법」, 「대중문화산업법」, 「예술인권리보장법」, 「영화비디오법」 등에서  고용노동부장관, 문화체육부장관에게 실태조사 의무(권한)를 부여한 사례를 찾을 수 있다. 그보다 앞서 산업안전보건법」은 국가가 사업주로서 현업 공무원의 근무시간, 건강권 등에 관한 실태조사를 실시할 수 있도록 포괄하고 있다. 보다 명시적인 법률상 근거 마련(국가공무원법 제18조 개정)이 필요하다.

 

제복 공무원의 재해 예방을 위한 사회적 대화가 필요하다. 현업 공무원의 노동환경 개선과 노동시간 단축, 적정인력 산정, 기타 안전보건에 관한 사항의 실태조사는 현행 공무원 관련 법(공무원법, 공무원노조법, 공무원직협법)으로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현업 공무원 재해예방위원회"와 같은 사회적 대화기구를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설치하여 논의해야 한다. 

 

이미 한국은 ILO 제47호 「주 40시간으로의 근로시간단축에 관한 협약(1935년)」을 2012년 비준한 의무를 부담하고 있다. 여기에 덧붙여 일상세계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건강을 보호하고 가정 및 사회적 책임을 이행할 수 있도록 … 야간근로의 속성상 요청되는 특별대책을 야간근로자들에 대하여 행하여야 한다."는 ILO 제171호 「야간근로협약(1990년)」을 확인해야 할 것이다. 

 

[필자, 한국노총 기관지(2023) 9월호 + 현 시점 수정·보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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