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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노사관계

공무원노동운동의 역사적 변곡점 '사회적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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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사회(필자는 '공직사회'라는 일반적인 명명보다는 공무원사회의 명명을 더 선호함)는 한국사회의 역사적 아픔과 오랫동안 함께하며, 공무원 노동·정치기본권과 공무원 노사관계를 금기시해왔다. 1987년 7~9월 노동자 대투쟁 이후 민주노조운동이 시작되면서, 공무원노동운동 역시 90년대에 이르러 공무원사회 민주화 개혁 물결로서 급부상하기 시작했다.

 

이후 20여 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 공무원노동운동과 노사관계를 이해하고자 할 때, 역사적으로 중요한 변곡점으로 작용했던 것은 다름 아닌 '사회적 대화'였다.

보통 공무원노사관계는 민간과 달리 공무원노동조합과 사용자(고용주)인 정부 사이의 관계에서 발생되는 '특수성'과 '공공성'에 대해 어떻게 '노동권'을 관철시킬 수 있느냐가 핵심과제로 제시된다. 따라서 그 전략은 '공공서비스노조주의(public service unionism)'로 해결과정에서 공무원노동자 조합원의 요구와 이해들은 모두 사회적 성격의 이슈(임금, 연금, 노조활동 등)를 담지하고 있어 본질적으로 정치적 성격(국민과 국회의 동의과정)을 띤다. 따라서 공무원노동운동 흐름에서 '사회적 대화'의 정치적 경험은 노사관계 및 조직형성과 변화에 역동적이고 동학적인 역할을 해왔다.

 

첫번째 사회적 대화는 1999년 공무원노조 허용에 관한 사회적 대타협으로 교원노조법의 제정과 공무원직장협의회법, 공무원노조법단계적 추진의 경험이다. 1997년 노동개혁위원회의 「공무원 단결권 보장방안」(개악안)으로 시작된 논의는 1998년 김대중 정부 출범 직전 노사정위원회에서 이어받아 아래와 같이 합의되었다.

[공무원과 교원 노동기본권에 관한 노사정 합의문(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사회협약)]
◾정부는 1999년 1월부터 공무원의 직장협의회 설치를 위한 관련 법안을 1998년 2월 임시국회에 제출하고,
◾공무원의 노동조합결성권 보장방안은 국민적 여론수렴과 관련법규 정비 등을 고려하여 추진하고,
◾1999년 7월부터 교원의 노동조합 결성권이 보장되도록 1998년 정기국회에서 관련 법률 개정을 추진한다.

 

1999년 1월부터 공무원직장협의회가 합법적으로 출범하게 되었으며, 그 해 7월 교원노조가 합법적으로 출범하게 된다. 이때 여론은 공무원노조의 필요성에 대체적으로 긍정하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이 때의 경험은 IMF 국난 시기 고통분담의 차원에서 이루어진 사회협약으로 관철된다. 이후 공무원사회 현장은 공무원노동운동이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떠올랐으며, 공무원노동조합 설립준비를 위한 직장협의회 활동이 폭발적으로 일어나게 됨으로서 공무원노사관계의 주체로서 점차 성장하기 시작한다.

 

두번째 사회적 대화는 2014~2015년에 걸쳐 진행된 공무원연금 4차개혁안(개악안)에 대한 공무원노조의 사회적 대타협 (social corporatism) 경험이다. 공무원연금 4차 개혁 투쟁(연금공투본 투쟁)은 공무원노조가 설립된 이래 모든 공무원노조가 하나로 뭉쳐 전개한 최대투쟁이다. 이 투쟁은 '공무원연금 개악저지'라는 공무원노조의 실리적 가치를 '공적연금강화'라는 공공성의 가치로 격상시킨 전략으로 사회연대를 성공적으로 구축하여  '국민대타협기구'라는 사회적 대화기구를 주체적으로 이끌어내고 참여하게 된다.

 

당시 박근혜 정부의 공무원연금개혁 초기안(개악안)은 '더 내고 덜 받는' 모수조정(기여율 79%, 지급률 1.91.25%), ▲신규공무원부터 국민연금과 통합, ▲신규공무원 퇴직수당의 퇴직연금으로의 전환, 하는 입법안이었다.

 

이에 연금공투본의 2년에 걸친 대투쟁과 사회적 대화를 통해 획득한 합의안(이른바 5.2 합의)은 '단계적' 모수조정( 여율 79%  5년 단계적 인상, 지급률 1.9→1.7% 20년 단계적 하향), ▲신규공무원 국민연금 통합 폐기(3차 연금개혁 때 불리한 조항 폐지), ▲국민연금 상당분(지급률 1%)에 대한 소득재분배 기능 도입으로 하위소득자 연금감소폭을 줄임 ▲공적연금강화 후속조치 논의(국민연금상향, 공무원인사정책기구 참여)이다.

 

공무원노조가 국민대타협기구를 이끌어냈었던 배경에는 '연금공투본'이라는 대표성으로 단순히 공무원연금연대를 넘어 모든 국민이 관심 가질 공적연금에 대한 사회적 대화를 선점하고 공론화했다는 점이 주요했다. 그러나 사회적 합의인 '5.2 합의' 결과를 둘러싸고 전교조·전공노의 내홍과 분열이 일어나면서 공투본의 투쟁은 사실상 후속 조치의 동력을 상실하며 종료됐다. 합의했던 공적연금강화 후속조치 논의는 지속될 수 없었고 결국 합의 자체 마저 실종되어버렸다.

 

공무원연금 4차 개혁 투쟁에 대한 사회적 경험은 사회적 코포라티즘(social corporatism)의 미완으로 남게되었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공무원연금 개악 강도를 낮추고 공무원노조와 시민사회단체 요구안이 공적연금강화로서 획기적으로 추진되었음에도 합의안이 무산되어 현재 5차 연금개혁에 직면해있다.

 

세번째 사회적 대화의 경험은 현재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공무원노사관계위원회(경사노위 공무원위)' 활동(`21.12.8~`23.12.7.)과 `23.12.11. 법 시행 기점으로 진행될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공무원·교원 근무시간면제제도심의위원회 활동(경사노위 공무원·교원 근면위)'으로 공무원·교원 근무시간면제제도 도입을 위한 논의와 공무원 노사관계 쟁점들을 두루 다루고 있다.

 

경사노위 공무원위는 의제별위원회로서 공무원노동운동 최초의 제도화된 사회적 대화기구의 안착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공무원노사관계위원회는 노동계(통합공무원노조·교사노조연맹, 한국노총 공무원연맹)가 `21.4.29. 최초 제안한 이후 총8차례 간담회를 통해 위원회 운영 방향에 대해 논의한 후 `21.12.8. 공무원노사관계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를 개최하며 발족했다. 이후 1기 활동(`21.12.8~`22.12.7), 2기 활동(`22.12.8~`23.12.7)의 2년의 시간동안 13차례 전체회의 및 6차례 간사단회의를 진행하며 당시의 공무원노사관계의 핵심현안이었던 공무원·교원 근무시간면제제도 적용 관련 법적 쟁점과 해외 사례 검토, 공무원노조의 실제 활동 사례(광역, 기초, 교육, 상급단체, 소방)를 사회적 대화 방식으로 논의하며 근무시간면제제도 전반에 대한 심도 깊은 이해의 증진을 다져나갔다.

 

공무원노조활동은 공공서비스노조주의에 입각한 정치적 성격을 충분히 반영해야 그 정당성을 획득하기 때문에 사회적 협의와 합의가 필요하다. 20년 동안 금기시되어왔던 공무원·교사노조의 근무시간면제제도는 공무원노동운동의 향후 20년을 담보할 수 있는 민주적 노조운영 방식이다. `23.12.11. 공무원노조법 개정안 시행일 이후 경사노위와 노동계는 근무시간면제제도심의위원회를 가동할 시점이 곧 다가온다. (필자는 공무원노사관계위원회의 최초 제안부터 2기 종료 활동까지 참여했음)

 

이상의 사회적 대화 경험은 공무원노사관계 형성과 공무원노동조합 운동노선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굵직하게 미쳐왔다. 동시에 공무원노동조합 운동의 제3의 도약을 위한 방향성을 제시해주기도 한다. 공무원노동조합 스스로의 존립근거를 단단히 다져 국민적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운동 기조를 재정비할 때이다. 

 

[필자, 한국노총 기관지(2022) 4월호 + 현 시점 수정 보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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