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공무원노사관계

공무원연맹·교사노조연맹, 노동운동&노사관계 판을 뒤흔들다

반응형

한국사회에서 공무원·교사 노동운동의 태동은 "공무원이 무슨 노동자야, 선생은 선생이지"라는 사회인식적 통념에 저항하며 시작됐다. 1999년 「교원노조법」, 2006년 「공무원노조법」의 제정은 '공무원도 선생님도 모두 노동자'라는 인식전환의 제도화 계기를 마련했지만, 여전히 다수의 국민들은 현재에 이르기까지도 공무원과 교사를 노동자로 잘 생각하지 않는다.

 

공무원사회와 교육현장은 이러한 인식적 토대 위에서 공무원 노사(노정)관계를 각각 형성했다. 지금껏 국가(정부)주도의 '공복'과 '희생'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경직된 공직구조 속에서 공무원·교사 개개인들은 민주화 이후에도 노동·정치기본권의 금지와 제약을 당연시하는 반쪽 국민처럼 살아왔다. 여기에 공무원노동조합, 교사노동조합의 사명이 있다.

 

1987년 민주노조운동 이후부터 2016년 촛불항쟁 이전까지 공무원·교사 노동운동의 개괄적인 역사적 흐름은

공무원·교사의 특수성을 반영하는 '독자노선(공무원 독자적 조직론)'과 공무원·교사의 노동자성을 강조하는 '투쟁노선(노동계급적 연대투쟁노선)'으로 크게 나눠볼 수 있다. 그러다 2016년 촛불항쟁의 직간접적인 경험은 공무원·교사 노동조합 운동의 새로운 경로와 가능성을 제시해준 계기가 되었다.

 

모든 시민과 노동자들이 광화문 광장에 모여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전달하고 변화시킨 힘,

촛불항쟁의 '소통력'과 '정치력'의 경험은 공무원·교사 노동운동의 독자노선의 무력함과 투쟁노선의 피로감이라는 각각의 한계를 벗어나, 사회적 대화로의 전략 확장과 정치참여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노선"을 추동했다. 2021년 공무원노동조합연맹(공무원연맹)과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연맹)의 한국노총 가맹은 이를 상징적으로 의미한다. 총연합단체의 가맹 이후 활동은 공무원·교사 노사관계 전체 판을 뒤흔들게 된다.

 

한국노총 공무원연맹과 교사노조연맹은

독자노선으로 분류되었던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의 산하연맹인 전국광역시도공무원노동조합연맹(광역연맹), 경기지역공무원노동조합연맹(경기연맹) 소속 조합원을 한 축으로,

투쟁노선으로 분류되었던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서 각각 분리된 전국통합공무원노동조합(통합노조), 교사노동조합연맹이 다른 한 축으로 하여, 이 두 축이 결합하며 각각의 연맹체를 구성한 조직으로 대표되었다.

 

공무원연맹은 가맹 당시(`21.2월) 2.8만여 명의 규모로 시작하여 `22.5월 7.4만여 명, 현재(`23.12월)는 9.5만여 명으로 3년 사이 약 3.4배 증가하며 공무원사회 돌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소방공무원노조설립, 전국경찰직협과의 연대조직화, 시간선택제공무원, 교육공무원의 조직화 등으로 그 조직적 구성도 탄탄해지고 있다.

 

교사노조연맹은 가맹 당시(`21.6월) 3만여 명의 규모로 시작하여 `23.5월 7만 조합원 달성, 현재(`23.12월) 12만여 명으로 3년 사이 약 4배 이상 폭증하며 바야흐로 한국사회 교사노조들의 제1노조 위상을 획득했다. 광주를 제외한 전국 광역시도 모두 지역교사 노조형태를 구축하여 '풀뿌리 분권형 노조체계'를 만들었다. 2030 젊은 MZ세대 조합원이 과반 그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교육현장 내 반응은 뜨겁다.

 

두 연맹의 상급단체인 한국노총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두 연맹의 공동숙원사업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공무원노사관계위원회' 신설(`21.12월)하여 공무원·교사 노사관계의 사회적 대화로의 확장이라는 역사적 성과를 이뤄냈으며, 공무원·교사노조의 오래된 요구인 공무원·교원 근무시간면제제도 도입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 통과(`22.5월)까지 주도하게 된다. 이러한 한국노총 공무원연맹과 교사노조연맹의 굵직한 성과들은 각 연맹 내부사업의 활성화를 불러일으키며 조직확대와 정책역량의 선순환 효과를 불러일으키게 된다.

 

공무원노동운동과 노사관계가 본격적으로 형성된 2000년대 이후 지난 20여 년 동안의 판도를 뒤흔드는 변혁이 현재에도 일어나고 있다. 가히 공무원·교사 노동운동사에 전례없는 독자노선과 투쟁노선 너머의 새로운 활로를 개척했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첫번째는 단연코 공무원·교사의 신분적 한계를 극복할 우회경로서 한국노총의 큰 우산 역할이 주요했다.

공무원사회와 교육현장의 민주적인 개혁 과제에 이해당사자인 공무원·교사 노동자의 참여는 늘 배제되어왔던 뼈아픈 역사가 있다. 일명 '시키면 시키는 대로, 주면 주는대로'의 공복강요에 무기력하게 주도할 수 없고 대응조차 못했던 공직구조와 노사관계 없는 노정관계의 비극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공무원·교사의 신분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큰 우산의 존재는 정책결정권자와의 직간접적 소통과 정치적 영향력을 통해 공무원사회와 교육현장의 민주적 개혁의 희망을 조합원들에게 불러 일으키기 충분했다. 그 중심에 한국노총이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두번째 이유로 공무원연맹과 교사노조연맹의 조직확대적 활성화는 공무원·교사노조가 마땅히 지녀야 할 존재적 사명(이른바 '초심')에 충실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지난 20여 년동안 공무원·교사 노동운동은 고착화된 구도를 낳았고 그 속에서 노동조합활동은 공무원사회구조라는 수직적 한계에 점차 매몰되어, 정체성의 회귀(공무원이니까, 교사이니까)를 일상으로 경험한다.

공무원연맹과 교사노조연맹은 공무원노동조합, 교사노동조합의 방점을 다시 '노동조합' 본연 역할로 재각성하고 재형성하는 일에 과감하게 도전했으며 충실하게 수행했다. "노동조합"으로 인정받고자 하는 내부 투쟁은 곧 "노동자"로서 인정받는 투쟁을 의미했다. 이 두 연맹은 각 영역에서 그 조직적 성과를 일궈내 고착화된 구도를 깨어냈다.

 

세번째 이유로 조직 네트워크 활성화가 유기적이다. 산별이 아닌 연맹체 형태에서 산하 노조 간 두 연맹 간 네트워크가 촘촘하다. 수직적 관계망(중앙집권적 관계)에서 수평적 관계망(분권적 관계)로 재편은 의미가 크다. 조직 네트워크의 활성화는 노동조합의 민주적 운영과 투명성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조합원들의 높은 신뢰를 반증하는 하나의 척도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연맹 각 사업 추진의 참여율과 반응도 뜨겁고, 두 연맹 간 공동사업 추진에도 유연하게 대처 가능하다. 현재 시점에서 두 연맹이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업은 정치기본권 확보, 공적연금강화, 공무원보수위원회법 제정, 근무시간면제제도심의위원회 활동들을 들 수 있다.

 

한국사회에서 모든 공무원·교사노조 활동들은 그 시대적 요구와 함께 노선을 정립해나갔는 점에서 존재 의미가 있고, 역사적으로 상생 또는 경쟁관계 속에서 형성과 재형성의 과정을 거쳐 오며 노동운동과 노사관계 전반을 구성해왔다.

현 시점에서 한국사회 공무원·교사노조 활동에 있어 누구를 주목해야 할 것인가 묻는다면, 필자는 단연코 공무원연맹과 교사노조연맹을 추천할 것이다.

두 연맹이 펼쳐나가는 새로운 활로, 이른바 공무원·교사노동운동의 '사회적 대화노선'의 영향력은 현 정부의 억압 속에서도 공무원사회와 교육현장의 민주적 희망의 불씨로서 지금 활활 타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 한국노총 기관지(2022) 6월호 + 현 시점 수정 보완]

반응형